Et tu, Brute?

글/기타 2009/12/31 11:49 ScrapHeap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짤막한 칼을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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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처럼 아꼈다'거나 '아버지처럼 여겼다'거나, 그런 말은 과장이다. 아니, 과장이었으면 했다. 다시 말해서 과장이 아니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랬다. 그래서 더욱 더 부정하곤 했지만.

혈기 넘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연약한 청년이던 날들은 이미 지났다. 친아버지와 아들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받고 싶다는 감정은 어찌 보면 매우 유치하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듣고 싶다는 감정은 더 유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끔은, 유치해서 더 절실한 감정이란 것도 있다. 그런 법이다.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 사람은 그에게만은 항상 차가웠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정중한 낙담. 예의는 있으되 속을 까보면 인정도 존중도 없는 말들. 그래서 따스해 보이지만 정작 들으면 날을 세운 얼음처럼 차가운 언어. 아들처럼 아낀다는 말은,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랬다.

그는 그 사람을 좋아했다. 적어도 죽일 정도로는. 죽일 만큼 용서할 수 없었다. 무엇을 용서할 수 없었을까. 그의 정치적 견해 같은 것은 코웃음 나오는 몽상이라고 웅변하는 듯한 그 사람의 행보였을까. 아니면 그를 인정하지도 존중하지도 않았던 그 사람의 태도였을까. 알 수 없다.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그는 알 수 없었다. 무의식적으로는 알았을까. 그건 그의 무의식만이 알 것이다.

그리고 그는, 동료들과 함께, 넓은 계단에서 그 사람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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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 또 너냐?"

그는 그 말 앞에 짤막한 한숨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죽을 때 까지도 그런 말투라니.
브루투스는 약간 상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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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tu, Brute?(브루투스, 너마저?)'를 '브루투스, 또 너냐?'로 번역하는 개그는 은근히 널리 퍼진 개그더군요.
근데 이 말조차 셰익스피어의 창작인 것 같고. 뭐 아무튼이죠 아무튼.

근데 저는 이걸 개그가 아니라 상당히 진지한 학설로 알고 있었단 말입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거죠.
2009/12/31 11:49 2009/12/31 11:49

이글루 분책

사는 얘기/홈페이지 2009/12/31 10:53 ScrapHeap
이글루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댓글을 달고 싶어질 때가 꽤 있는데, 로그인한 회원에게만 댓글을 허용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간 가입을 할까 하다가도 통째로 이사 갈 생각은 없고, 블로그 하나도 제대로 안 돌리는데 두 개를 돌릴 리는 절대로 없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지요.

근데 그냥 갑자기 가입하고 싶어져서, 이글루스에 가입하고 이글루를 만들었습니다. 여깁니다.

이글루를 굴릴 생각은 없지만 이 블로그의 주소는 밝혀 뒀으니 익명 댓글이나 다름 없다는 욕은 듣지 않기를 바랍니다...는 좀 지나치게 솔직하군요.



아래는 이글루스 5분 사용자의 간단 감상.

1. 카테고리에서 '미분류'는 감추고 '전체'는 보이게 하고 싶은데 불가능하다.
2. more/less는 한 글에 하나밖에 못 쓰나?;
3. 이글루 주소를 오픈ID로 쓸 수 있는 건 알겠는데(아마도 위임 지원), 이미 있는 오픈ID로 가입은 안 되나?
4. 가입하고 이글루 만들면 뜨는 환영 메시지는 비공개로 바꿔서 보관하고 싶은데, 블로그 맨 위에 띄우거나 삭제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안 된다. 이러면 삭제할 수 밖에 없잖아(이게 제일 불만).
5. 본문 가로폭 고정이 안 되나?; 아, 이건 스킨 따라 다르겠구나...
6. 블로그 관리 링크가 (네비바의)최상위 메뉴에 없다. '바로가기'에 디폴트로 들어가 있긴 하지만.

몇 가지는 아마 제가 모르는 것 뿐일테고, 몇 가지는 크지는 않아도 실제로 문제는 문제겠죠.
그래도 굳이 쓸 생각이 없으니 굳이 의문을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정도.
2009/12/31 10:53 2009/12/31 10:53
연말이 버석버석 다가옵니다.
요즘 몸도 별로 좋지 않고 약속도 많고 컴퓨터도 새로 사서 씨름하느라 한동안 블로그가 또 버림을 받았네요.
그래도, 한 달 두자리수 포스팅까지는 못해도 연내로 포스팅 한 두개는 더 해야 하지 않겠어요.

안 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긴 하지만.

IRiS nX, 200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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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핀치
어딘가 모르게 나는 구석에 몰려있다
2003/09/25 (Thu) #67

위 제목 그대로, 굴이라도 파고 싶은 심정.
그저 오기로 버티고 있을 뿐인건가.

젠장. 이대로 쓰러질줄 알고?
억울해서라도 그렇게는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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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도 :마찬가지. 죽겠다.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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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선거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는지, 끝 난 뒤인지.

아무튼 제법 많은 것과 불화하던 시기였습니다.
후회는 눈꼽만큼도 없지만 좀 더 재미있게 살 방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즐겁게 사는 것과 재미있게 사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2009/12/28 22:02 2009/12/28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