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옴니아 2

글/IT 2010/03/15 17:19 ScrapHeap
1. T옴니아 2 유저

2월 초부터 T 옴니아 2를 씁니다. 질릴만큼 광고를 하던 바로 그 휴대폰이지요.
옛날 전화번호는 살려 뒀기 때문에 현재 번호는 두 개입니다. 전화기도 두 대고요.

이른바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은 사실 낡을 대로 낡은 것입니다. 20년은 묵은 PDA라는 개념에 전화 모듈을 붙인 것. 10년 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고, 저는 2002년에 이미 스마트폰을 쓴 적이 있습니다. 셀빅 XG라는 물건이었지요.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그야말로 PDA에 전화모듈이 붙어 있는 물건이었는데, 개념상으로는 스마트폰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요.

윈도우즈 모바일은 구 Pocket PC 운영체제의 다음 버전입니다. 처음엔 아닌 줄 알았는데 2003년에 이름이 바뀐 거더군요.

아무튼 그리하여, 실로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기계가 바로 옴니아 2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아이폰도 마찬가지지요. 문제는 새로울 것 없는 기계라도 환경이 바뀌면 전혀 다른 기계가 된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아이폰은 정말 경탄할 만한 기계였습니다. 아이팟은 사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파는 기계이고, 아이폰은 아이튠즈를 등에 업고 팔리더니 앱스토어를 파는 기계가 되었습니다. 다음 연쇄인 아이패드는 어떻게 될 지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 이 글은 그런 얘기를 하려고 쓰는 게 아니죠. 옴니아 2 얘기를 해야 하니까요.

어디까지나 철저한 비전문가(다만 예전부터 모바일 기기를 이것저것{팜 IIIe, 셀빅 XG+폰모듈, 후지쯔 LOOX 600, 셀빅 i, 팜 Tungsten E}만져본 적은 있는)의 입장에서, 대충대충 T 옴니아 2를 써본 감상을 잠깐 적어볼까 합니다.

2. WM 6.1 + T 옴니아 2

T 옴니아 2의 OS는 (출시시 기준으로) Windows Mobile 6.1입니다. 인터페이스 자체는 WM2003과 그리 다를 것도 없더군요. 다시 말해서 아이폰 이전의 인테페이스라는 얘기죠. 터치가 아니라 스타일러스를 전제로 한 인터페이스. 튕기기 없고, 버튼 작고(모아키 말고 '키보드'를 꺼내보면 참 한심합니다). 문제는 삼성이 흔히 하는 껍질 씌우기가 대폭 되어 있어서, 이른바 '삼성앱'들은 아이폰 인터페이스를 많이 모방했다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따로 안 깔고 전화기처럼만 쓰면 그럭저럭 아이폰스러운 느낌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윈도우즈 모바일 프로그램을 열어보면 영 느낌이 다릅니다. 결국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인터페이스에 내적 일관성이 없다는 말입니다. 화면을 누르고 밀면 광역 선택이 되는 프로그램도 있고, 스크롤이 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스크롤이 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튕기기를 하면 관성이 붙는(다라라락) 프로그램도 있고 안 그런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게다가 폰을 켜면 위젯이 들어가는 기본 화면이 나오고(이건 사실 삼성 위젯플러스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 오른쪽 아래의 '메인 메뉴'를 누르면 아이콘들이 배치된 바탕화면이 나오고, 이 바탕화면은 옆으로 넘길 수 있으며, 그 밑의 '더 보기'를 누르면 또 아이콘들이 배치된 화면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세로로 스크롤이 되고, 거기서 'Home'(이 버튼은 단축키 위젯으로도 있고, 그 위젯이 디폴트로 기본 화면에 나와 있습니다)을 누르면 아이콘이 배치된 6개의 화면으로 구성되고 맨 밑에 실행중인 프로그램 갯수가 뜨는 'Home 화면'이 나오는데 이 홈 화면은 옆으로 넘기게 되어 있습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죠? 저도 몰라요.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바탕 화면'에 해당하는 것만 세 개 내지 네 개입니다. 그 중 일부는 서로 연관이 있고 일부는 연관이 없습니다. 이 이상 설명도 못 하겠습니다. 음.

전면에는 3개의 하드웨어 버튼(통화, 종료, 이름 없는 버튼)이 있는데 이름 없는 버튼은 평소에는 CLR버튼(취소)으로 사용되지만 기본 화면에서 누르면 큐브 UI라는 게 뜹니다. 이게 걸작이죠. 3D 정육면체의 각 면마다 프로그램이 배당된 인터페이스인데, 일단 구동이 느리고, 둘째로 반응이 느리며, 셋째로 슬쩍 튕기면 제멋대로 마구 돌아가서 원하는 면을 고르기도 힘듭니다. 큐브니까 최대 3면만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큐브 UI의 아래쪽에는 아이콘 6개짜리 바가 하나 있는데 사실 그 바만 있으면 됩니다. 아이콘 하나하나가 정육면체의 각 면에 대응되거든요.

프로그램 얘기를 좀 해 볼까요. WM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모바일이 깔려있는데 이건 구석에 숨겨뒀습니다. 그리고 웹서핑이라는 게 있고, 오페라 모바일이 깔려있으며, 즐겨찾기에 사이트를 추가하면 추가할때마다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하나씩 생깁니다(!). 웹서핑이란 걸 찍어보면 즐겨찾기 모음이 나오고, 즐겨찾기를 찍어보면 오페라가 실행됩니다. 근데 그냥 오페라를 실행했을 때와는 뭔가 다릅니다. 로딩화면도 다르고, 생긴것도 달라 보이고...물론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설명은 없고요(하나는 웹사이트에 '모바일 기기'로 접속하고 다른 하나는 'PC'로 접속하는 것 같습니다). 중복이 테마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윈도우즈 모바일 기계에 삼성의 껍질을 씌우면서 생긴 것입니다. 아예 햅틱 UI로 근본부터 뜯어고칠 수도 없고(MS에서 그렇게 하도록 놔 둘리도 없고, 삼성에 그럴 능력이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OS 자체는 구시대 물건이고, 그래서 쓴 방법이 일단 껍질을 잘 씌워놓는 것이었던 거지요.

또 하나. 기계 자체는 아이폰보다 스펙이 좋다고 하는데(이 점에 대해서 논란이 있긴 한 것 같더군요. 실제로는 아이폰 CPU가 성능이 더 좋다나 뭐라나), 그건 사실 알 바 아니고 기본 어플들이 참 느립니다. 큐브 UI의 실행이 느리다는 얘기는 이미 했고, 다음 지도를 보려고 해도 이게 아이폰보타 체감 속도가 확실히 느립니다. 지도는 그렇다고 쳐도, 기본 어플 중 하나인 지하철 노선도는 용서가 안 되게 느립니다. 느린 반응과 특유의 둔한 터치감이 맞물려서, 쓰는 사람에게 느긋한 태도를 요구하지요. 특히나 확대/축소시에는요.

그리고, 멀티태스킹이 된다는 자랑을 많이 들은 것 같은데, 딱 한 가지만 말하지요. 미디어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면서 내장된 스도쿠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음.
 
솔직히 말해서 고해상도 동영상이 돌아가면 좋기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상 작업을 할 때의 체감 속도라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T 옴니아 2는 낙제점입니다. 제 주위에서 아이폰 쓰는 사람들은 다들 튕기고 비비고 긁으면서 자랑질을 하던데, T 옴니아 2를 쓰면서 자랑질 하는 것은 아직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써 보면 반응이 답답하거든요.

라는 게 어제까지의 얘기고, 오늘 OS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3. WM 6.5 + T 옴니아 2

WM 6.5는 2009년 봄에 나온 OS입니다. 소숫점 자리의 변동이니 큰 기대는 할 수 없지만요.

먼저 딱 보면 느껴지는 것은 아이폰 이후의 인터페이스라는 것입니다. 손가락 터치를 상정하고 만든 WM 6.5의 인터페이스는 큰 버튼, 잡아서 밀기 스크롤, 튕기기 지원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WM 6.1과는 생김새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제법 다르지요. 이로서 UI의 불통일은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여전히 삼성앱들이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더 예쁘지만요.

그리고 정말 신기한 부분인데, 바탕화면 반응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젠 화면을 넘기면 부드럽고 빠르게 넘어가고 스크롤도 비교적 빠릿빠릿합니다. 아이폰 덜 부러운 일이지요. 문제는 아직도 기본 화면(위젯플러스)과 프로그램(지하철 노선도!)들은 느려빠졌다는 점입니다. 프로그램이야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니 그냥 좀 한심한 일이지만, 위젯플러스는 T 옴니아 2의 얼굴과도 다름 없는 부분인데 이렇게 느리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도 경사스러운 일은 큐브 UI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OS 용량이 늘어서 삭제했다는데 별로 설득력은 없는 얘기지요. 다만 허니컴 어쩌구는 또 하나의 잉여기능인 것 같...은데 일단은 보류입니다. 거의 써 본적이 없어서요.

아무튼 WM 6.5를 깔아 본 감상은, 의외로 많이 나아졌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인터페이스 상의 일관성은 그럭저럭 생겼습니다. 그 점 외에는 사실 별로 나아진 게 없을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훨씬 나아 보입니다. 어쩌면 그 새 적응을 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편해진 것이거나.

4. 결론

물론 T 옴니아 2는 장점도 꽤 있는 기계입니다. 화면빨 좋고, 액정 크고, 카메라도 쓸만하고, DMB도 빵빵하고(웬만하면 안테나 안 뽑아도 나옵니다), 마이크로 SD도 꽂히고, 그냥 전화로 쓰기에는 그럭저럭 쉽습니다(...확신은 못 하겠지만). 멜론도 공짜고요. 다운로드 받으면 데이터 통화료는 나가지만.

하지만 T 옴니아 2를 한동안 쓰고 나서 든 생각은 '굳이 이걸 쓸 이유는 없다' 였습니다. 카메라나 DMB같은 기능은 다른 폰들도 좋습니다. 게다가 덩치도 작지요. 애플리케이션? 메일 확인? 그냥 아이폰 쓰세요. 갖고 놀기에는 현재 아이폰 만한 게 없습니다. 이메일도 더 빠르고 편하게 볼 수 있고요. 아니면 블랙베리를 사면 이메일 쓰기는 제일 좋겠지요. T 옴니아 2를 쓴다고 해서 웹상으로 인터넷쇼핑이나 인터넷뱅킹(전용프로그램을 쓰면 되지만, 그렇게 치면 아이폰도 됩니다)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T 옴니아 2를 써야 하는 경우(예를 들어, T 옴니아 2를 써야 회사에서 전화비를 지원해주는 경우)라면 WM 6.5 업그레이드는 하시기 바랍니다. 덜 조잡해집니다. 소중한 일이지요.
2010/03/15 17:19 2010/03/15 17:19

[미니홈피] 2004-05-28, INVICTVS

글/기타 2010/03/05 17:04 ScrapHeap

요새 같은 이름의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계속 생각나는 시 한편.
참고로 U를 V로 쓴 것은 일부러입니다. 옛날에 그런 적도 있었잖아요. 한 2천 몇 백년 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 게시판-부자유게시판, 2004-05-2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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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CTVS

2004.05.28. 01:39

INVICTUS
William Ernest Henley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이 시를 처음 봤던 건 어디에서였을까.
내 운명을 내가 지배할 수 있다는 절망적인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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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세상 끝까지 무저갱의 흑암으로
나를 뒤덮는 밤을 떨쳐내고,
뭇 신들이 있다면 나는 감사하리니
나의 영혼은 불굴인지라.
둘러싼 것들은 나를 쥐어짜듯 붙잡으나
나는 흐느끼지도 오열하지도 않았을지라.
우연이 나를 강타하여 짓눌러도
피흘릴지언정 나의 머리는 굽히지 않았노라.
분노와 눈물이 가득한 세상을 넘어서도
그늘진 공포만이 아련하고
세월은 쌓여올라 나를 겁박하나
나를 겁 먹게 할수는 없음이리라.
길은 고난으로 포장되고 문은 좁기만 하여도
나의 항로에는 주저가 없으니
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라.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번역이라고 하기 좀 그렇지요.
왜곡을 하느냐 밋밋한 문장을 뽑아내느냐의 선택이 이어질 따름이네요.

전혀 상관없지만 구글 번역으로 마무리 해 봅니다.

INVICTUS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없음 나를 커버 밤,
블랙 북극에서 남극까지 핏으로, 기둥에
내가 어떤 신을 수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극복하기 어려운 영혼을 위하여.
있음 클러치 상황의 기록
난 winced하지 않고 큰 소리로 울었다.
기회의 아래 bludgeonings
내 머리, 피묻은하지만 굴복하지.
분노와 눈물의이 곳을 넘어
직기하지만 그늘의 공포,
그리고 세 아직 악당
발견, 그리고 발견한다, 나를 두려워하지.
그것은, 어떻게 게이트 해협 상관 없다
어떻게 처벌과 함께 스크롤 청구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지 :
내 영혼의 선장입니다.


이 놈들은 왜 이렇게 거꾸로 번역하는 게 많은지 몰라요.
큰 소리로 울고 굴복합시다.

2010/03/05 17:04 2010/03/05 17:04

어느새 60000

사는 얘기/홈페이지 2010/02/26 11:58 ScrapHeap
어느새 블로그가 6만을 찍었습니다. 생각도 안 하고 있었네요.
일주일도 더 전에 찍은 것 같은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으로는 차가운 도시남자답게 이런 글은 올리지 말아야겠습니다. 흠.
2010/02/26 11:58 2010/02/26 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