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으로 한달 5포스팅의 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다 옮긴 글이긴 하지만...

4월에는 옮긴 글이 하나도 없고 5월에는 옮긴 글 뿐이라는 건 조금 재미있네요.

싸이월드 미니홈피, 게시판-부자유게시판, 2004-06-2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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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사회학, 그리고 남은 어떤 것

2004.06.26 22:22

영상사회학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여섯 개의 과목 중 가장 늦게 끝났으면서도 가장 빨리 성적이 나온 그 과목은, 같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아마 알겠지만, 수강자에게 일종의 상처라든가 스트레스로 남을 공산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기서 그 수업에 대해서 일방적인 비난이나 짜증같은 평가를 하지는 않을 셈이다. 끝나자 마자 쓰려고 했던 글이 1주일이나 미뤄지면서 기억이 약간 희미해졌기도 하거니와, 그 수업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쌓인 감정의 앙금이 너무 많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수업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려고 하면 나는 짜증이 나버릴 것 같다.

다만 나는 여기서, 그 마지막 발표 시간에 느꼈던 몇 가지 시사점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수업이 좋다든가 나쁘다든가, 그 발표에서 내가 모종의 짜증을 느꼈다든가 답답했다든가 하는 것을 넘어서 그 시간은 나에게 어떤 시사점을 준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 수업을 들으며 한 학기를 보낸 것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 라고 하는 것은 과연 뭘까. 그런 생각이 약간 들었다. 질문과 답변, 질려버릴 정도로 많은 인터부로 이루어진 과제물들을 보면서 나는 어느 정도 놀라버린 것 같다. 이 정도면 재미있는 일 아니야? 약속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형식상 천편일률적인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은?

놀랍게도 거의 모두가 그- '중립성 신화' 이라고 할 만한 것에 빠져있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교수는 그곳에서 전체적인 분석력 부족과 고민의 얕아짐을 본 모양이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수많은 독선과 편애에도 불구하고 시오노 나나미가 쓴 글 중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쇠망이라든가 쇠퇴를 이야기하면서(물론 비단 쇠망과 쇠퇴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타락이라든가 방종같은 순전히 정신적인 원인을 제시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렇게까지 뚜렷한 방향성이 드러난다고 하는 것은, 그런 게으름이나 고민 없음 말고도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이걸 두고 94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분석력이 떨어지고 고민이 없다고 하고 끝내는 것은 그야말로 분석력 부족이다.

실로 그 발표회에서 보인 것은 중립성 신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의견이 대립할 여지가 없는 주제를 선택한 조가 있었고,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그 조와 다른 조의 차이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 조는 중립성 신화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 일단 그 사례는 치우고- 내가 궁금해져 버린 것은 바로 이것이다.

'왜 다들 중립성 신화에 빠진 것인가?'

물론 주제에 대한 성의가 없어서라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그게 어디 말이 되려나. 누가 한 말마따나 가히 토해버릴 만한 것이 그 중립성 신화에 빠지는 것이고,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믿는 것이지만 왜 이금 여기에서 그런 현상이 뚜렷이 보이는 것일까.

글이 길어져 버렸는데, 갑자기 재미도 없어지고 해서 중립성 신화에 대한 내 생각은 다른 글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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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성 신화에 대한 글을 따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제 고질적인 문제죠.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저기서 얘기를 한 중립성 신화란 건 이런 겁니다. A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not A라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죠. 그걸 갖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그냥 A라고 말을 하는 사람하고 not A라고 말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교대로 붙이고 끝. 성의가 없어서? 음. 인터뷰 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달랑 두 명 인터뷰해서 영상물을 만든 것도 아니고요. 이걸 치열함의 문제로 넘겨버리는 건 너무 80년대스러운 것 같아요. 라니 저도 참 말이 과격하군요.

수업을 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교적) 유복하고 부모를 존경하는, 어떤 의미에서 보기 괴로운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기억이 납니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는 많은 대립에서 그 주인을 보호하고, 그 주인은 그 많은 대립에서 제3자라는 착각에 빠질 기회를 얻습니다(언뜻 보기에 괴상한 얘기지만 이게 제 의견입니다. 근거는 당장 말로 만들어내기가 좀 곤란하네요. 나중에 따로 쓸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세상 모든 일에 구경꾼이 된다는 얘깁니다. 구경꾼이 누구 편 들어주면 되나요? '훈수 금지'는 불문헌법인 것입니다.

글을 쓴 2004년에서 벌써 6년이 지나버렸으니 기억은 희미하고 짐작만 가능할 뿐입니다. 2004년의 대학교와 2010년의 대학교가 얼마나 차이가 날지는 까마득하기만 하군요. 당시는 노무현 2년차. 다들 주장을 귀찮아하거나 꺼리고 고시 공부를 하던 시절입니다. 이제는 이명박 3년차. 다들 주장을 두려워하면서 곧 없어질 고시 공부를 하는 시대입니다...아닌가요?

분명 네이버 뉴스와도 같은 기계적 중립이 일세를 풍미한 적이 있었는데, 요새는 저 스스로가 대중의 감성에서 너무 멀어진 것 같아서 뭐라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마도 그 기계적 중립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짐작을 할 따름이지만, 지금은 무관심의 시대를 넘어 공포의 시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어렴풋한 생각이 들기도 하니 더 이상 유효적절하지도 못한 주제에 대한 되새김질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요.
2010/05/31 16:32 2010/05/31 16:32
어제는 한 줄, 오늘은 두 줄.

짤막한 옛 글을 옮겨 봅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다이어리, 2006-11-1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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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6 목 00:53

불안정한 날들.

캘리포니움. 반감기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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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움은 원자번호 98번 원소입니다. 기호는 Cf.

일단 자세한 사항은 여기.

http://ko.wikipedia.org/wiki/캘리포늄
http://en.wikipedia.org/wiki/Californium
http://en.wikipedia.org/wiki/Isotopes_of_californium

아무래도 정식 명칭이 캘리포늄인 모양입니다. 저는 그냥 멋대로 쓸랍니다.

캘리포니움은 7주기(주기율표 일곱 번째 줄) 원소로서 원자번호 98번입니다. 양성자가 98개란 얘기지요. 1950년에 실험실에서 만든 원소입니다. 113번 이후의 멋대가리 없는 이름들을 생각하면 그나마 양호하지만, 우라늄이라든가 플루토늄이라든가 바로 뒤 99번인 아인슈타이늄같은 원소들 앞에서는 좀 경박해보이는 이름이지요. 아메리슘도 이미 있는데 캘리포니움이라니.

캘리포니움은 자연계에서 발견되지 않는 실험실 원소입니다. 라고는 해도 우라늄 광석에 미량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군요. 1980년대 핵실험 결과 소량의 캘리포니움이 자연계에 섞여들어갔다고 하니 제법 흥미롭습니다.

묵직한 실험실 원소 답게 캘리포니움은 여러 동위원소의 형태로 존재하는데요, 이중 제일 안정적인 것이 반감기 898년의 ^251Cf입니다. 중성자가 251개인 놈이요. 캘리포니움의 반감기가 3시간이라는 얘기는 어디 소설에서 본 것 같은데, 그 말에 가장 가까운 것은 ^247Cf인 모양입니다. 3.11시간. 3시간 근처입니다. 이보다 반감기가 더 짧은, 반감기가 마이크로초나 밀리초 단위인 동위원소도 있는 것 같으니 반감기 3시간이라는 말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라는 건 잡설에 불과하겠지요. 중요한 건 불안한 마음.
불안하게 떨리는 칼날같던 마음도 무뎌진 지 오래라고 생각은 했지만요. 흐음.
2010/05/27 11:31 2010/05/27 11:31
5월도 어느새 끝나가는군요. 한달 5 포스팅이 위험위험.

날도 좋으니 꿀꿀한 한 줄.
단어 사이의 호응은 묻지 말아주세요.

싸이월드 미니홈피, 다이어리, 2007-02-0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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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7 수 20:39

자기 입으로 자기가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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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결국 혼자다. 라고 하면 너무 진부해서 짜증이 날 지경이긴 한데, 이건 다시 말해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 라는 말을 좀 시니컬하게 한 거란 말이죠. 시니컬이 아니면 간지롭게 한 거고요. 간지럽게가 아니라 간지나게.

아무튼 사람은 결국 혼자니까 다들 불안해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밝고 맑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같은 거 있을 리가 없다 싶기도 하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눈 앞에 있는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도통 모르겠고.
아마 다들 그럴테고.

근데, 놀랍게도 '나는 평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더란 말이지요.
남들이 자신과 같은 지 어떻게 아는 건지!

'나는 범인凡人'이라고 하는 사람은 스스로 얼마나 대단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좀 알아줬으면 합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눈이 부신 사람이라 바라보기가 어렵네요.
* 특정인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

덤으로, 요새는 그냥 불안하려니 하고 삽니다.
습속이 되고 나면 살 만 하니까요.
2010/05/26 11:15 2010/05/26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