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화 2 <마술사>

글/어느 대화 2009/01/20 20:27 ScrapHeap
생각이 났으니 쓰는 게 도리.
어느 대화 1 <마법사>
어느 대화 3 <죽은 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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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날렵해 보이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고 다리를 꼬고 앉은 자세다. 등을 기댄 자세로 의자에 완전히 몸을 맡기고 있다)

C : "아... 마법사요? "

피식.

C : "음. 죄송합니다. 그게 비웃으려던 뜻이긴 했는데...아니, 당신 말고요. 죄송합니다. 허허"

B : "괜찮아요. 말씀 계속하시죠"

C : "아니 그게... 왜, 그러잖아요? 아는 거랑 느끼는 거랑 같냐고. 그게 불쌍한 게, 그 분들이, 뭐, 마법사면 다 늙다리나 되어야 마법사 꼬리표를 붙이고 다니니 그 분들이라고 해야겠죠, 아무튼, 그 분들은 도통 느낄 수가 없어서 알기라도 하려고 기를 쓰는 거거든요. 무슨 공식이니 계산이니 그런 거. 그게 딱 그거예요. 안 그러면 감이 안 온다. 불쌍하죠. 저희들이 보면. 뭐 좋을 게 있다고 그 세월을 바쳐서 그럽니까? 재능이 없으면 그만 둘 줄도 알아야지"

B : "아, 근데 그 마법사...분께서는 무모해 보인다고 말을 하시던데요. 실제로 폭주하는 일도 더 많지 않나요?"

C : "그야 그 쪽에서 보면 무모해 보이겠죠. 어쩌겠어요. 개구리가 보기엔 새가 날아다니는 것도 무모해 보이지 않겠어요? 날개를 달아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아, 그렇다고 마술사들이 다른 사람들을 모두 땅바닥이나 기어다니는 축축한 양서류라고 생각한다는 건 아니예요. 비유라니까, 비유"

B : "음, 그래도 폭주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되고 있는 건 사실인데요"

C : "그야 그 분들은 하는 게 유치해서 그렇죠. 폭주도 못 할 만한 규모로 조물락거리는 정도니 폭주가 일어날 수도 없지 않겠어요? 그리고 보고인지 뭔지 그거 너무 믿지 마세요. 그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B : "그렇지만...?"

(C는 약간 당황한 기색. 그러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다)

C : "아니, 됐습니다. 아무튼 그래요"
2009/01/20 20:27 2009/01/20 20:27
어느 대화 1 <마법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대화라서 이 이름을 붙입니다.

어느 대화 2는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안 올렸네요. 쓴 적도 없다는 얘기.
다만 어느 대화 2의 제목은 <마술사>인데다가 어느 대화 1과 상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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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런 말이 있어"

"흠, 협박 치고는 세련됨이 부족한걸?"

"이건 협박이 아니다. 통지지"

"뭐?"

"좀 조용히 하란 얘기야. 넌 방금 죽었거든"



아무튼 나는 그렇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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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각나는 것들은 다 이런 토막들이예요.
이야기를 수습하는 재능이란 대단한 거다 싶네요.
2009/01/20 20:08 2009/01/20 20:08

천원돌파 그렌라간

사는 얘기/잡상 2009/01/17 20:43 ScrapHeap
미루고 미루다가 방금 다 봤습니다. 재미있네요.

근데 이중나선 유전자랑 진화랑 얽어놓은 얘기는 고등학교때 쓴 건데 이렇게 뺏기니 억울하다



그냥 그렇다고요, 뭐.
2009/01/17 20:43 2009/01/17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