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집안에 가만히 있다가 보면 안 하던 일도 하게 되는 법이고, 3분카레와 라면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 보면 가끔 다른 메뉴도 찾게 되는 법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보통 사용되는 식재료를 넣고 불고문을 하면 대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오곤 한다는 점도 있겠네요. 하여, 집안을 뒹굴거리던 차에 배가 고프기를
기다려 냉장고를 열고 잡것들을 총동원해서 불고문을 해 보았습니다.

1. 고기집 생각이 솔솔
이게 무슨 짓?
가든 볶음밥은 고기집 볶음밥이라는 뜻이지만...
돼지고기가 한 주먹 있길래 잘게 썰고, 옆에 마늘이 보이길래 한 움큼 집어서 썰고, 괜히 아쉬워서 양파를 씻어서 썰었습니다. 프라이팬을 꺼내서 고기와 마늘을 불고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흡사 가든의 불판! '그래서 너는 이제 가든볶음밥이라 명하노라'.
양파를 썰다 보니 너무 많다 싶어서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만 넣기로 했지요. 그렇다고 반 남은 양파를 냉장고에 들여놓기도 싫고... 아무튼 양파를 반 넣어서 계속 볶고, 전기밥솥에 남은 밥을 열심히 퍼냈더니, 아뿔싸, 불이 너무 셌구나. 그새 탔다(...)
어차피 별 수 없지- 하고는 버터와 함께 밥을 무자비하게 불고문에 불고문. 덕분에 간장도 안 넣었는데 거뭇거뭇하고... 소금으로 간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릇에 부어내고 나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남은 양파 반쪽. 결국 프라이팬에 다시 버터를 두르고... 양파를 볶고...
좀 태우긴 했지만 역시 고기에 마늘에 버터에 양파. 맛있었습니다. 고기가 좀 많긴 했지만. 양파를 볶아놓으니 생각보다 양파링 비슷한 맛이어서 깜짝. 아아. 양파링, 꽤 잘 만든 과자였구나.

2. 런천미트 넣고 요리라고 하면 반은 반칙-
이건 또 무슨 짓?
이번엔 형에게 배운 수법을 써보자- 하고 런천미트 작은 캔을 꺼냈습니다. 대충 반만 넣기로 하고, 감자칼로 유감없이 슬라이스. 예에. 감자칼이라 함은 감자 껍질 벗길 때 쓰는 그걸 말하는 겁니다. 이것으로 당신도 요리사 부럽지 않은 런천미트 채썰기! 곰돌이 V채칼도 필요없어요!
정말이지 잘 썰립니다. 그리고는 저번에 쓰고 남은 마늘을 다 갖다 썰어서 투입. 거기다가 역시 저번에 쓰고 남은(...) 버터를 넣고는 들들들 볶기. 런천미트는 짜니까 소금은 됐지- 하고 김치를 좀 넣을까 했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침 김치가 없어서 좌절. 뭐어 어차피 볶음밥이라는 게 다 그렇지- 하고는 밥을 넣어서 불고문.
먹을 만 했다- 하는 게 감상이지만, 역시 양념 다 된 런천미트같은 걸 넣으면서 요리했다고 하는 건 민망해요. 근데 왜이리 익힌 마늘이 맛있는지(...)
저번에 서점에 가서 요리책을 꽤 많이 발견했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거 만들고 놀고 먹는 건 레시피도 뭐도 그다지 필요없고 그냥 과감하기만 하면 되지 싶습니다(냉장고를 뒤져 남은 음식을 비워낸다는 점이 정말 즐겁지요).
식재료를 넣으면 먹을 수 있는 게 나오고, 간만 맞추면 꽤 먹을만한 것이 나옵니다. 귀찮다든가 요리 못한다든가 하는 핑계는 그만두고, 쓸데없이 문명세계에서 아사의 위기에 봉착하기 싫다면 과단성을 한 번 발휘해 보심이 어떨지.
물론 설거지는 귀찮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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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남은 음식조차 없는 자취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게님 같이 살아요<-?!
신선한 식재료를 사서 맛을 업그레이드해보아요(...)
이리로 오셈 :D(쿨럭)
얼씨구 (~~)
뭐어 그렇게 재업일세.
감사합니다 퍼감니다
예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이걸요?;